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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관 주방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습 |
안녕하세요, 골든라이프 식구 여러분! 오늘도 주방에서 뜨거운 불과 씨름하며 어르신들의 건강한 한 끼를 책임지고 있는 조리사'입니다.
문득 제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가을 바자회가 떠오르네요. 새벽 5시 30분, 아직 별이 떠 있는 시간에 집을 나서며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내자!' 다짐하며 출근했죠. 그런데 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보람이 아니라 커다란 양푼 두 개 가득 담긴 녹두 반죽이었어요.
■ 녹두전 냄새는 진동하는데, 내 배는 '꼬르륵'
새벽부터 정신없이 어묵탕 육수를 내고 녹두전을 부쳤습니다. 기름 냄새를 계속 맡으니 속은 더 허해지더라고요. 너무 배가 고파서 관장님께 슬쩍 말씀드렸죠.
"관장님, 새벽부터 사람 일을 시키려면 밥은 좀 주셔야죠. 배고파서 쓰러지겠어요."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었습니다. "우리도 다 안 먹었어." 세상에, 남들 안 먹는 게 내 배고픔을 달래주나요? 결국 자원봉사자분들이랑 눈치 보며 녹두전 한 귀퉁이 뜯어 먹는 걸로 허기를 달래는데, 참 서럽더라고요.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죠.
■ "어르신 밥이 힘"이라면서, 일하는 사람 힘은요?
작년 가을 행사 때도 비슷했어요.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 다들 고생하는데, 정작 일하는 직원들이랑 자원봉사자들은 밥 한 숟가락 제대로 못 뜨고 어르신들 배식부터 챙겼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너무 배가 고파서 시장 가서 어묵탕을 사 드셨다는 봉사자분들도 계셨다더군요. 우리 관장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죠. "어르신들이 밥을 잘 드셔야 힘이 나고 프로그램도 잘 하신다. 밥이 힘이다!"
맞는 말씀이죠. 그런데 관장님, 그 '힘'을 만드는 주방 식구들이랑 현장에서 뛰는 봉사자들은 밥 안 먹어도 힘이 솟는 무쇠 인간인가요? 주방 인원 충원도 없이 "하던 대로 해라" 하며 등 떠미는 게 복지관의 진짜 복지인지 묻고 싶어집니다.
■ 골든라이프를 위한 '뼈 때리는' 한마디
우리는 참 착한 사람들이에요. 내 배가 고파도 남의 밥그릇부터 챙기는 게 몸에 밴 세대니까요. 하지만 여러분, 꼭 기억하세요.
금강산도 식후경, 봉사도 식후경입니다.
내가 든든해야 남을 대접할 여유도 생깁니다.
내 허기를 당연한 희생으로 여기는 곳에선 '열정'도 금방 식어버립니다.
남을 위하는 마음도 좋지만, 가끔은 내가 부친 녹두전 중에 제일 크고 맛있는 놈으로 내 입에 먼저 쏙 넣어주는 이기심도 필요합니다. 내가 행복해야 내가 만든 음식도 맛있는 법이니까요!
오늘도 주방에서, 일터에서 묵묵히 고생하신 모든 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녁엔 꼭 본인을 위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식사 챙겨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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