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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복도 끝 비상구 실루엣 |
오늘은 정말 마지막으로 정들었던, 아니 힘들었던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짐도 챙기고 서류 마무리도 할 겸 해서요.
■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걷던 길
마지막으로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왜 그리 무겁던지요. 아무 잘못도 한 게 없는데,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직원들 얼굴도 보기 싫고,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담담하게 서류에 사인을 하고 나오는데, 발길이 절로 주방으로 향하더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고생했던 우리 식구들이 눈에 밟혀서요.
■ "1시간 연장근무요?" 변한 게 하나도 없는 현장
주방에 가보니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다들 불 앞에서 땀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일이 산더미라 1시간은 더 연장근무를 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내가 그만두지 않았으면 저 일손을 조금이라도 덜어줬을 텐데' 하는 미안함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제가 남아서 도와줬다고 한들,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됐을까요?
■ 탈출은 지능순이 아니라 '생존순'입니다
제가 떠나고 난 뒤, 회사는 그제야 구인 공고를 내고 오전에 도와줄 봉사자를 찾고 있답니다. 참 씁쓸하죠? 사람이 있을 때는 귀한 줄 모르고 쥐어짜기만 하더니, 나가고 나서야 땜질 처방을 하고 있는 꼴이라니요.
남아있는 동료들에게는 한없이 미안하지만,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곳은 바뀌지 않습니다. 시스템을 바꿀 생각은 없고, 누군가의 희생으로만 굴러가는 곳은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으니까요.
마음속으로 동료들에게 외쳤습니다.
"미안해하지 말고, 당신들도 빨리 도망치세요.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 골든라이프 식구들에게 드리는 '뼈 때리는' 조언
착한 사람일수록 '나만 참으면 된다', '남겨진 사람들이 힘들 텐데'라며 지옥 같은 일터에서 버팁니다. 하지만 여러분, 꼭 기억하세요.
회사는 당신이 없어도 어떻게든 돌아갑니다. (땜질이라도 해서요.)
하지만 당신의 몸과 마음이 무너지면, 당신의 인생은 돌아가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 조직에서 내미는 '책임감'이라는 덫에 걸리지 마세요.
미안함에 발목 잡혀서 다시 그 늪으로 들어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숨이 쉬어지네요. 저처럼 마음 고생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탈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오늘로써 제 조리사 생활의 한 페이지를 완전히 덮습니다. 이제는 나를 위한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응원해 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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